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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어느새 12월 중순이런가. 기온이 지난주에 비해 다소 올랐으나 바람결은 차가웠다. 16일 오후 5시 경- 올림픽 공원 주변에 많은 차량들이 모여들었다. 가수 조용필의 50주년 콘서트 때문이었다.
 
지체와 서행을 반복하면서 어렵게 정문을 통과하는 동안 공원 내의 주차장은 이미 차량으로 가득 차 있었다. 주차요원의  안내를 받아 가까스로 차를 세우고 공연장인 체조경기장 입구로 갔다. 입구에는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있었고, 대중교통을 이용한 사람들이 무리지어 모여들고 있었다. 대부분이 나이가 지긋했으나, 젊은 층도 많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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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입구의 모습

공연장 입구에서는 ‘빨리 입장하라’는 안내 방송이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반복됐다. 필자도 서둘러서 지정된 좌석에 앉았다.
 
7개월 동안 전국 순회공연...16일 대미를 장식해
 
이 공연은 지난 5월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을 시작으로 7개월 동안 대구, 부산, 광주, 수원 등에서 펼쳐졌다. 16일의 체조경기장 공연은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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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큐! 조용필
공연장 내부의 뒤편에는 ‘조용필 팬클럽 연합회’가 게시한 <2018 최고의 선물, 오빠와 함께하는 바로 이 순간>과 <조용필, 그 위대한 여정을 언제나 응원합니다>의 대형 포스터가 걸려있었다.
 
공연 시작 전 영상으로 나온 배우 안성기, 싸이, 배철수, 김구라 등의 짤막한 멘트에서도 조용필 가수의 반세기 역사가 그대로 전해졌다.
 
“땡큐! 조용필.”
 
정각 6시가 되자 어둠 속에서 광명의 세계가 열리듯 형형색색의 조명들이 은하수처럼 쏟아졌다. 그러한 빛을 한 몸에 받으며 하얀 수트(suit)를 입은 조용필이 무대에 등장했다. 1만 여명의 관객들은 LED 야광봉과 피켓을 흔들며 환호했다. 첫 번째 노래는 ‘땡스 투 유(Thanks to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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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조용필의 등장

공연 시작부터 성급한 남성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선 상태였고, ‘오빠’를 외치는 여성 팬들도 조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나이불문, 조용필은 여성들의 ‘영원한 오빠’였던 것이다.
 
“행운과 영광의 세월이 지나갔습니다. 여러분은 잠깐이었겠지만, 저는 길었습니다. 여러분은 그대로인데 저만 변했습니다(웃음)...음악이라는 길은 멀고도 험해서 제 경험으로는 힘든 여정이었습니다. 그래도 여러분이 계시기에 제가 존재했습니다. 배움의 길을 계속하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팬클럽 연합회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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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인사말이었지만, 50년 세월 가수로 살아온 인생역정과 겸손함이 담겨 있었다. ‘가수 생활 50년, 아직도 배움의 연속이다’는 말이 특히 그러했다.
 
조용필이 “제가 이야기를 잘 못해서요”하자, “말보다는 노래로 하세요!”라는 외침이 ‘와’ 웃음을 자아냈다.
 
친구여, 창밖의 여자, 그 겨울의 찻집, 잊혀진 사랑 등 귀에 익은 노래들이 메들리로 이어졌다. 관객들의 환호는 공연장의 높은 천장을 뚫을 듯 했고, 쏟아지는 조명은 눈이 부시도록 현란(絢爛)했다.
 
‘돌아와요 부산항’을 부를 때는 갈매기들이 무리지어 나는 영상이 가세했다. 노래와 반주와 영상과 레이저쇼가 한데 어울리는 멋진 연출을 한 것이다.
 
반전도 있었다. 노래 ‘비련’은 애절하게 관객들의 가슴을 겨울 추위처럼 파고들었다.
 
“기도하는 사랑의 손길로 떨리는 그대를 안고/.../돌고 도는 계절의 바람 속에서 이별하는 시련의 돌을 던지네.”
 
2시간 동안 30곡을 소화해
 
“돌아서던 그 사람은 무정했던 당신이지요.”
“가지말라고 가지말라고 잊을 수는 없다했는데”
“나는 떠날 때부터 다시 돌아올 걸 알았지” 등의 자막이 화면에 나올 때는 대형 노래방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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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모습(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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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모습(2)
 
공연 후반부에 울려 퍼진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압권이었다.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굶어서 얼어 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조용필이 대사를 읊어나갈 때는 객석이 고요했다. 하지만,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순 없잖아...” 노래가 시작되자 관중들의 목소리와 흔들림이 다시 강렬해지면서 삽시간에 대형 클럽(?)으로 급변했다.
 
공연 끝부분의  ‘모나리자’는 환상의 도가니.
 
“내 모든 것 다 주어도 그 마음을 잡을 수는 없는 걸까/ 미소가 없는 그대는 모나리자.”
 
앙코르 곡은 ‘여행을 떠나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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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모습(3)

가수와 관객들이 한꺼번에 거대한 배를 타고 지금 당장 여행을 떠나도 될 듯싶었다(체조경기장을 움직일 수 있는 힘센 선장이 있다면).
 
가수는 언제나 관객과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필자의 옆자리에 앉은 노부부(73)는 “사위가 표를 사줘서 이토록 좋은 구경을 했다”면서 “조용필은 살아 있는 전설이다”고 칭찬의 말을 쏟아냈다.
 
양천구에서 온 한 관객(66)은 “인기 아이돌 가수의 공연으로 착각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면서 “관객들의 환호가 요즈음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같았다”고 극찬했다.
 
필자도 같은 생각을 했다. 조용필은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관객과 호흡을 같이 하는 가수이기 때문이다.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하겠네.”
 
조용필의<바람의 노래>처럼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것’이 삶의 지혜일 것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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